물가가 끝없이 오르는 이유
김은진(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물가가 끝없이 오르고 있다. 물가를 계산하는 물가지수는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우리가 가장 익숙한 것은 소비자물가지수이다. 기준이 되는 품목이 450여 품목인데 그 가운데 140품목이 술을 제외한 먹거리 품목이다. 즉, 전체 물가지수의 30%가 먹는 것에 의해 좌우된다는 말이다. 단순물가지수만으로도 먹거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상당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물가지수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물가는 더 심각하다.
다른 품목들과 달리 거의 매일 지출되는 품목인 먹거리 물가가 너무 심하게 상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도 먹거리 값이 올라가면 소비자물가 비상이라는 단어를 쓰고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지출목적별 부문 | |||||||||||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 | 주류 및 담배 | 의류 및 신발 | 주택, 수도, 전기 및 연료 | 가정용품 및 가사서비스 | 보건 | 교통 | 통신 | 오락 및 문화 | 교육 | 음식 및 숙박 | 기타상품 및 서비스 |
140품목 | 7품목 | 25품목 | 15품목 | 50품목 | 34품목 | 33품목 | 6품목 | 47품목 | 20품목 | 44품목 | 37품목 |
소비자물가지수를 위해 정부는 먹거리는 월 3회, 다른 품목들은 월 1회 조사한다. 먹거리를 월 3회 조사하는 이유는 값이 들쑥날쑥이기 때문이다.
먹거리는 왜 이렇게 값이 들쑥날쑥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산비를 기준으로 값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가락동시장같은 도매시장에서 경매로 값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과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생산비가 기준이라면 냉해 등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한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값만 반영되었을 것이지만 생산량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도매시장에서의 값이 오르고 연쇄적으로 소매시장 값도 오르게 만들었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출하한 값보다 몇 배까지 오르는 사과를 소비자는 먹게 되었다.
사과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농민들에게 생산비를 기준으로 값을 정하도록 만들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함을 우리가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대파 한 단이 875원이라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