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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이야기] ‘봄 부추’, 건강해지라고 살랑살랑 부추긴다

고민하는중생 2025. 4. 25. 15:11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여기저기 봄 부추가 눈에 띈다. 옛말에 ‘부추를 봄에 먹으면 향기롭지만 여름에 먹으면 냄새가 난다’고 했다. 부추는 봄이 제철이지만 더운 여름철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다. 오늘은 부추의 미처 몰랐던 다양한 효능에 대해 살펴보자.

부추는 수선화과 부추아과 부추속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부추는 우리말로 지역에 따라서 정구지(경상도) 또는 솔(전라도)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동의보감>과 <급유방>에서는 ‘부추’로 돼 있다. <향약집성방>에서는 ‘정구지’와 ‘졸’로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사투리도 아닌 것 같다. 항간에 정구지를 한자어 ‘精久持’에서 유래됐다고 하면서 ‘정을 오랫동안 유지하게 한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어떤 문헌에도 관련 기록이 없다.

부추는 독특한 향취가 있어서 오신채(五辛菜)에 속한다. 이에 과거부터 수행하는 사람들은 부추를 먹지 않았다. 오신채는 부추, 염교(락교), 파, 마늘, 생강을 말한다. 특이한 점은 나머지는 모두 부추아과로 같은 과이지만 생강만 생강과에 속한다. 개인적으로 오신채에 생강 대신 달래(부추아과 부추속)가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부추는 한자로 구(韭) 또는 구채(韭菜)라고 한다. <설문해자>에는 ‘구(韭) 자는 잎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모양을 본떴다’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한 번 심으면 영구히 생장하므로 구(韭)라고 한다’라고 했다. 또 <본경속소>에서는 ‘구(韭)는 구(久)라는 의미다’라고 했다. 실제로 부추는 한 번 심으면 잘라내도 또 자라고 다음 해 봄이 되면 다시 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영원히 생장한다고 한 것이다. 알다시피 부추는 여러해살이풀이다.

부추는 맛이 맵고 약간 시며 성질은 따뜻하고 떫으며 독이 없다. 일부 한의서에서는 ‘기운이 뜨겁다’라고 하기도 했다. 부추는 오장을 편하게 하면서 주로 간병(肝病)을 치료한다. 한의학에서 간은 혈액이 모이는 곳이면서 해독하고 피로를 풀어주는 장기로 인식되다.

부추는 장염, 설사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설사병을 앓으면 오래 먹을 수 있다. 피고름을 설사하는 증상과 배 속이 차고 아픈 것을 멎게 한다’ ‘물과 곡식을 그대로 설사하는 증상에도 좋다’고 했다. 부추에는 알리신이 풍부해 식중독에 의한 장염증상이 있을 때 효과적이다. 봄철에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식중독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가벼운 경우라면 부추 한 줌을 물에 약간 넣어 믹서기로 갈아 그 즙을 마셔도 바로 진정된다.

부추는 흉통을 없앤다. <본초강목>에는 ‘찧어 낸 즙을 복용하면 흉비(胸痺)로 인해 송곳으로 찌르는듯 아픈 증상을 치료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부추의 생즙은 흉격 사이의 어혈을 치료하는데 놀라운 효과가 있다’고 했다. 흉비(胸痺)는 심장과 관련된 협심증이나 식도와 위장과 관련된 소화기증상을 모두 포괄한다. 찌르는 듯한 자통(刺痛)은 어혈통(瘀血痛)의 특징이다. 따라서 이러한 효능은 부추가 흉부의 어혈을 흩어주는 효능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부추는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한다. 특히 협심증, 심근경색, 뇌경색에 좋다. 부추에 함유된 아데노신은 혈전응고를 촉진하는 단백질인 피브린의 작용을 방해해 혈전을 예방하고 알리신은 혈소판 응집을 막아 혈액을 묽게 한다. 즉 부추는 혈액을 맑게 해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데 도움을 준다.

부추는 봄이 제철로 이맘때 즐겨야 한다. 열을 가하면 영양성분이 손실되기 때문에 가급적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참고로 <본초강목>에는 ‘토혈, 구강출혈, 코피, 요혈, 부인의 월경이 역행하는 증상, 타박상을 주치한다’고 했다. 옛날 농부들은 코피가 멎지 않을 때 부추잎과 뿌리를 찧어 코안에 넣어 주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추에는 비타민K도 풍부해서 정상적인 혈액응고과정에도 관여한다. 부추는 정상적인 지혈을 촉진하면서 동시에 상처치유효과도 좋기 때문에 상처로 난 피를 쉽게 멎게 한다.

문헌에는 부추가 위열(胃熱)을 제거한다는 표현이 나온다. <동의보감>에는 ‘위중의 열을 제거한다[除胃中熱]’고 했다. 하지만 이 내용은 명치나 위 부위가 답답하고 허번한 느낌을 열(熱)로 설명한 것뿐이다. 부추는 열성이기 때문에 열을 제거하는 효능은 없다. 부추는 흉부의 어혈과 체기를 없앨 뿐이다.

부추는 복부 냉증에 좋다. <식료본초>에는 ‘냉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달여서 오래 먹는다’라고 했다. <본초강목>에는 ‘가슴과 배의 고랭(痼冷)과 현벽(痃癖)을 제거한다’고 했다. 고냉(痼冷)은 냉증이 악화돼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하고 현벽(痃癖)은 옆구리 쪽이 결리고 당기면서 나타나는 통증을 말한다. 주로 수기와 냉기가 원인이 된다. 특히 배꼽 주위와 아랫배가 차가운 경우 부추를 즐겨볼 만하다.

부추는 남성 성기능을 강화한다. <본초강목>에는 ‘삶아 먹으면 신(腎)으로 돌아가 음경을 강하게 하고, 정(精)이 새는 것을 멎게 하며,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한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에는 ‘양기(陽氣)를 돕는다’고 했다. 부추에는 비타민B1(티아민)이 풍부한데 부추의 알리신은 비타민B1의 흡수를 촉진하고 체내에서 알리티아민을 형성해 피로해소, 성기능 강화 등의 효과를 낸다.

부추로 술을 담가 잠들기 전 소량씩 마셔도 좋다. 부추주에는 부추의 수용성 영양성분이 고스란히 추출된다. 술을 못 마신다면 부추를 식초에 담갔다 건져내서 식초를 물에 타 마시거나 요리에 활용해도 좋다. 부추의 영양성분은 식초의 아세트산에도 잘 추출된다. 술이나 식초를 만들면서 말린 부추를 이용하는 것이 추출이 더 잘 될 것이다.

남성 성기능에는 부추씨도 좋다. 부추씨는 구자(韭子)라고 하는데 <동의보감>에는 ‘부추씨는 성질이 따뜻하다. 꿈을 꾸면서 정이 새어 나가 소변이 뿌연 데 주로 쓴다.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고 양기를 북돋우며, 정이 새나가는 것을 치료하는 데 매우 좋다’고 했다.

부추는 가급적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열이 가해지면 부추 속의 황화알릴(알리신), 비타민C, 비타민B1, 엽산 등이 쉽게 손실된다. 부추김치, 부추겉절이로 반찬을 만들어도 좋고 부추즙을 만들어 마셔도 좋다. 쌈채소에 곁들이거나 살짝 익힌 부추전도 좋겠다. 열에 약한 성분은 잃겠지만 식이섬유와 미네랄도 풍부하기 때문에 국에 넣어도 좋다. 국에 넣을 때는 가능한 마지막에 넣는다.

부추는 대표적인 열성식품이다. 따라서 열병을 앓은 후, 음주 후에는 먹지 말도록 했다. 눈병이 있을 때도 금해야 한다. 열병이 있을 때 먹으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무더운 여름에 부추를 많이 먹으면 정신이 혼란스럽고 눈이 어두워진다고 했다. 식품 궁합으로는 꿀과 소고기와 함께 먹지 말도록 했다.

보통 부추 뿌리는 잘라서 버리는데 뿌리도 먹어야 한다. 부추 뿌리 또한 부추잎 못지않은 효능이 있다. 건강 때문에 마늘을 먹고 싶지만 냄새 때문에 꺼렸다면 부추로 대신해 보자. 부추는 마늘의 효능을 그대로 담고 있다. 부추는 봄이 제철이다. 제철을 맞은 봄 부추가 마치 건강해지려면 어서 먹으라고 살랑살랑 부추기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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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하 한의학박사(한동하한의원 원장)
출처 : 헬스경향(http://www.k-heal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