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글

참을 수 없는 삼식 -‘육식, 과식, 야식’

날고 싶은 자작나무 2023. 7. 28. 16:45

  닭고기에 집착이 있긴 해도 붉은살육고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고 여겨왔는데, 채식 밥상으로 전환한 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육식 중심 대식가였는지 확연히 느꼈습니다.
끼니를 맞춰 먹지는 않았으나 숱한 모임과 회식에서 식탁의 중심은 무조건이다시피 육고기였고, 낮 시간 약속의 대부분은 고당류의 간식이나 카페인 음료와 함께였습니다.
설탕과 육류를 절제한 상을 차리자니 이것이 건강밥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가족들 눈치를 보기도 했습니다.
아직도 풀만 무성한 식탁을 볼 때면 아이들의 실망한 표정이 역력해서 달걀이나 생선이라도 애써 올리는 일이 잦고 말이지요.

 


 또 고기 이야기 입니다. 고기는 무엇보다 곡채소에 비해 분해가 더딥니다. 그래서겠지만 사람들은 고기를 먹어야 든든하게 먹었다고 생각합니다.
‘고기’를 ‘기운을 높인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부른다는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의미에서 이름 지어진 생선 ‘조기’와 달리 순우리말 명사이므로 어원을 단순하게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다만 어원이야 어떻든 고기를 먹어야 기운이 난다는 생각은 확고한 듯합니다.
육체노동이 생산활동의 주가 되고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시절, 어쩌다 먹는 고기는 분명 별식이고 보양식의 역할을 톡톡히 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삼시 세끼를 넘어 간식까지 달고 사는 일상에서 끼니마다 찾아 먹는 고기반찬은 보양보다 몸과 정신을 무기력 상태로 몰고 갈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게다가 그나마 있었던 육고기의 이점도 공장식 사육과 미국산 GMO옥수수 사료, 골분 사료, 항생제의 남용 등으로 인해 의문이 크고 말입니다.
 


사람이 즐겨 먹는 돼지와 소의 체온은 사람보다 높습니다.
40도에 육박하는 소와 돼지의 체온보다 낮은 온도인 우리 위 속에서 육고기의 기름은 엉길 수밖에 없는데 거기에 찬 맥주나 탄산음료를 곁들이면 위는 더욱 무겁고 찬 상태가 되고 말겠지요. 게다가 보통 고기를 먹으며 각종 채소에 밥이나 국수, 반주까지 더하기 일쑤라 과식은 수순입니다.
과식은 안 그래도 소화가 어려운 음식들을 위장 내에 오래 정체시키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보통 이런 식탁은 야심한 시간에, 상당히 거하게, 오랫동안, 즐기기 마련이라, 그 뒤는 으례 취침 시간이 기다립니다. 위에 음식이 꽉 찬 상태에서 잠을 자자니 소화는커녕 속도 부대끼고 숙면도 취할 수 없습니다.
위산과 섞인 음식물은 식도로 역류해 역류성식도염을 악화시키고, 수면 시간에 쉼과 재생을 해야 할 정신과 몸은 격무에 시달리게 되지요.
위와 식도 인근에서 정체되는 음식물은 모두 뒤섞인 채 오랜 시간 37도에 이르는 고온다습한 상태에 머물다 보니 부패되기 시작합니다.
사실 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입니다. 적당한 온도에 적당한 소화효소가 작용할 수 있도록 적정량의 음식물이 들어간다면 그 분해작용은 몸에 유익한 소화와 발효, 유익균 생산의 과정이 될 테지만,그렇지않으면 독소와 유해균을 증식시키는 부패의 과정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밤늦게까지 동물성 식품과 당분류를 흡입하고 다음 날 아침에 갖은 정성이 들어간 해독주스를 마셔봐야 큰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시중에 디톡스용 보조식품들이 많이도 나와 있고 그중에는 고가의 것들도 꽤 있습니다만, 나쁜 것을 절제하지 않고 무언가를 더 먹어서 희석하려는 것은 심리적 위안은 될지 모르나,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누군가 그러더라구요. ‘좋은 걸 먹을 생각하지 말고 나쁜 것을 절제하라.’
그러나 사실 나쁜 음식이 주는 쾌락을 위해 좋은 걸 영양제나 양념정도로 취급하는 식도락주의자(바로 제 이야기입니다...)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심각하게 아프기 전에는 귓가를 스치는 이야기일 뿐이겠지요.
그렇다면, 마지막 최고의 해독 방법이 있습니다. 그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들이 사라질 때까지 속을 비우는 것 입니다. 가난한 활동가들도 할 수 있는 최고의 해독 방법이지요.
속이 꽉 찬 속에 무언가를 더 집어넣어 독성을 희석시키려 할 것이 아니라, 위장관의 병목 상태를 가중하지 않고 그저 기다리는 것.

 


위의 더부룩 한 것이 좀 해소된 후부터 물 정도를 가끔씩 마시는 것을 제외하고는 꼬르륵 소리가 요동을 할 때까지 속을 비우고 기다리는 것 말입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면, 차차 해로운 것을 줄여나가고, 채식 위주로 먹다가 1일 1식이나 1일 2식 같은 일상적인 간헐적 단식에도 자연스럽게 접근하게 됩니다.

 

<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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