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평화 운동으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하버드대학 심장외과 버나드 라운 교수와 한 환자의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도 난치병 환자들의 희망찬 간증서 중 하나인 <암이 내게 행복을 주었다>라는 책에도 실려 제법 유명합니다.
그 이야기를 옮겨봅니다.
일의 발단은 어느 날 아침 회진에서였다. 환자의 침대 한쪽에 서있던 라운은 인턴들을 향해 말했다. “Mr. B는 완전한 서드 사운드 갤럽을 보이고 있네.”
이 말은 환자의 심장이 드디어 말기 상태임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실 어떠한 치료도 이미 효과가 없었다.
그런데 전혀 뜻밖에도 Mr. B는 그날을 계기로 다시 일어나 결국 퇴원하기에 이른다. 기적이었다.
그리고 몇 개월 후 라운 박사는 Mr. B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무렵 저는 이젠 갈 때가 되었다고, 선생님도 인턴들도 모두 포기해 버렸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중략)... 선생님이 제 심장에 청진기를 대신 후 매우 기쁜 목소리로 침대 주위에 서 있는 인턴들을 향해 제가 완전한 갤럽을 보이고 있다고 말씀하셨지요...(중략)... 저는 제 심장에도 아직 분발할 힘이 남아 있구나, 죽음에 다다른 게 아니구나,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괜찮아, 꼭 낫는 거야.’ 라고 생각했지요.”
비밀은 ‘갤럽(gallop)’이라는 말에 있었다. 의학전문용어로는 심장의 말기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지만, Mr. B는 말이 질주하는 모습을 나타내는 단어로 받아들였다. 그 정도의 활력이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라운 박사는 환자를 위로하기 위해 그 말을 사용했던 것이 아니다. 위로는 환자의 완전한 오해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오해한 이미지 그대로 그의 심장은 기적의 회복을 보인 것이다.
-가와다케 후미오 <암이 내게 행복을 주었다> ‘말로써 치료하다.’ 중 -
이 일화 말고도 건강과 관련한 극적인 변화의 예는 많이 있습니다.
이야기 속 라운 교수는 후에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된 바 있는 저서 <잃어버린 치유의 본질에 대하여>라는 책을 통해서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치유의 풍경’이라는 말로 의사와 환자의 심리가 치유에 미치는 영향을 신비롭게 표현했지만, 사실 이 모든 반응은 매우 과학적입니다. 다만 오늘날 치료의 주체로 인정받는 의료인과 기관, 제약회사 등이 이 분야를 해설하는 것에 그다지 공들이고 싶어 하지 않고 실익이 없다는 생각에 관심을 돌리지 않을 뿐입니다.
억지로라도 웃음을 웃고 박수를 치면 혈색이 아름다워지고 혈류와 면역세포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한편 긍정과 치유의 호르몬이 작용하게 되는 것을 위대한 인류는 이미 과학의 이름으로 모두 규명해 놓았습니다. 일부러 웃게 하는 약을 대중적으로 만들어 내는 과학이 긍정의 힘을 환자 스스로 퍼올리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며, 그것이야말로 치유와 건강의 결정적 힘이라는 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병원에서 ‘할 수 있습니다. 미래를 낙관하고 햇빛을 많이 받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생활하세요.’라는 말이 아니라, 혹시나 치료의 과정이나 결과로 인해 있을지도 모르는 책임을 모면하기 위한 비관을 모든 치료행위 중 가장 자세하게 듣는다는 것입니다. 환자들은 병원문을 들어서는 순간 의사에게 의존하지만, 낙관은 쉽게 처방되지 않습니다.
병은 외부의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타고난 유전적 문제로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최근 인도에서 백신을 맞거나 앓지 않고도 코로나 항체가 형성된 상당수의 사람들이 보여주듯,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병을 앓는 것도 아니며, 유전인자가 있다고 꼭 그 병이 발현되는 것은 아닙니다. 동양의학에서도 아병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고 아병인 채로 머무는 것이 있다고 이미 고서에서부터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결국 병원세포 자체보다 그것이 자리 잡고 증식하게 만드는 체내 환경이 관건인 것인데, 이를 제어하는 능력을 면역력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이 면역력을 위해 집안의 어린 아기부터 어르신들까지 생애 주기에 맞는 온갖 면역강화제를 사들이고 먹이기 바쁩니다. TV만 틀면 하루에도 수 개의 면역에 좋다는 식품이며 건강보조제를 소개 받습니다.
모든 병은 사실 면역에 문제가 생긴 것은 맞는데, 병에 따라 어떤 것은 면역저하증, 어떤 증세는 면역과잉증을 보이니, 때로는 면역억제제를, 때로는 면역증폭을 위한 조치를 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면역력에 이토록 지대한 관심을 집중하면서도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는데, 바로 면역기능을 교란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 부정적 마음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방출되는 호르몬이 면역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여러 실험들에 의해 이미 확인되기도 했지만, 대체로 우리 모두가 일상에서도 느껴봤을 것입니다.
신기하게도 자학적 생각이나 우울감이 커질수록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인 류마티스 환자가 느끼는 통증도 비례합니다. 면역세포도 환자의 정서처럼 외부의 적이 아니라 자기가 보호해야 할 연골이나 조직들을 훼손하는 자학적 행태를 보이는 것입니다.
이미 면역력이 허약한 상태인 암환자들의 경우 일상의 반복적이고 작은 스트레스에도 취약해서 그로인해 비관하는 순간 암세포가 급격히 퍼지고 체력이 저하되고, 다시 비관이 깊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현대병이 생활습관병인 것도 맞고, 현대인들이 긴 시간 누적된 나쁜 생활로 인해 긴 인생의 상당기간을 시름시름 살아내야 하는 운명에 처해진 것도 맞는 말입니다.
그를 위해 그간 쉽게 즐겨왔던 가공식과 화학조미료, 육식에 대한 탐식 등을 버리고 현미잡곡밥과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는 것도 옳은 일입니다. 다만, 이 모든 나와 세상을 위한 치유를 위해 먹어야 할 것 중 가장 중요한 먹거리는 ‘마음’입니다. 인간의 거의 모든 일이 그러하듯 ‘마음’은 건강의 가장 기본입니다.
가령 이런 마음입니다.
더 많이 사랑한 것을 억울해하지 않기.
열심히 산 시간들을 아까워하지 않기.
내가 옳다고 믿고 선택한 것을 더욱 확신하기.
자, 마음, 마음을 먹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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