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음식을 하다보면 빠지지 않는 양념의 하나로 간장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시중에는 아주 다양한 종류의 간장들이 진열되어 있어 선택을 어렵게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생각보다 간단하며 소비자들이 조금만 들여다보면 원하지 않는 제품을 피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우선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라벨상의 제품명을 살펴보면 조선간장이나 양조간장 같은 이름은 업체들이 제조방식을 홍보하기 위해 붙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조선간장은 콩메주를 사용해 전통 방식으로 만든 간장이고, 양조간장은 탈지대두에 밀 등을 혼합해 비교적 짧은기간 발효시킨, 단맛이 도는 일본식 간장입니다. (그래서 왜간장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진간장·국간장·맛간장 등은 단순히 용도에 따른 구분입니다. 국에 넣어도 색이 잘 나지 않을 정도로 연한 간장이 국간장, 그 반대가 진간장이며 조미성분이 보다 많이 들어간 것이 맛간장입니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선간장·양조간장처럼 구태여 제조방식을 홍보하고 싶지 않은 제품들에 이런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조방식을 확실히 알고 싶다면 라벨 앞면의 제품명이 아닌, 뒷면의 ‘식품유형’을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 간장 식품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장의 유형 | 특징 | 주요 용도 |
진간장 | 아미노산 공법을 사용해 아미노산의 시간적, 영양학적 손실을 최소화함. 이에 감칠맛이 뛰어나고 열을 가해도 맛이 잘 변하지 않는 특성 | 조림류, 볶음류 등 열이 가해지는 요리 (멸치볶음, 장조리, 갈비찜 등) |
양조간장 | 탈지대두와 소맥을 사용하여 장기간 발효숙성시켜 만든 간장으로 장기간 발효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맛과 향이 매우 풍부함 간장 자체만으로도 맛이 좋아 생선회나 소스로서 생을 섭치하는 것이 권장되기도 함 개화기 이후에 들어와 일본식 간장 혹은 왜간장으로 불림 |
생선회 부침요리등을 찍어 먹는 소스, 나물무침, 샐러드 드레싱 |
국간장(조선간장) | 100% 콩과 소금만을 이용해 한국 전통방식으로 만드는 간장. 염도가 높아 짬맛이 강하나 색깔이 옅어서 음식 본래의 색을 비교적 그대로 유지하는 특징 |
국탕찌개, 각종 나물 무침 등 |
맛간장 | 재래식 간장의 강한 짬맛을 완화한 간장으로 짠맛보다는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 다시마나 멸치 등의 재료를 넣고 육수를 섞어서 만들며 달콤한 맛이 필요한 조림이나 볶음 요리에 주로 사용 |
조림류 볶음류, 국탕찌개 등 |
어간장 | 콩이 나닌 생선으로 만드는 간장으로 물고기의 단백질을 사용해 만듬 생선을 통째로 혹은 머리와 내장을 분리한 후 소금을 넣고 1년 이상 발효시킨 간장으로 짙은 노란색을 띠며 진한 맛과 냄새를 가짐 |
양념육 소스, 회 간장 소스, 조림장, 부침요리 소스 |
출처 : 식품산업통계정보
문제는 산분해간장입니다. 산분해간장은 탈지대두를 염산으로 강제 분해한 뒤 탄산수소나트륨을 넣어 그 산성을 중화시키고, 각종 조미료·색소·방부제를 첨가해 만듭니다. 원료에 콩 성분이 들어갔다는 걸 제외하면 간장과 아무 상관이 없는 화학 조미액입니다. 혼합간장은 양조간장에 산분해간장을 혼합한 제품인데 산분해간장 함량이 제품별로 70~95%에 달한다. 마찬가지로 사실상 ‘간장’이라는 범주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업체들은 진간장·국간장이라는 이름표 뒤에 산분해간장이라는 사실을 숨깁니다. 전통간장의 제조기간이 최소 10개월인 데 반해 산분해간장은 2~3일이면 충분하고 제조비용도 양조간장의 56%, 한식간장의 28%에 불과합니다. 대다수 간장 제조업체들의 주력이 산분해간장으로 굳어져 있습니다. 정보의 은폐는 소비자들의 선택권 상실로 이어집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간장 유형별 판매량 비중은 혼합간장 55.4%, 산분해간장 23.9%, 양조간장 18.7%, 한식간장 2% 순입니다. 혼합간장의 70~95%가 산분해간장임을 감안하면 우리 국민들이 먹는 간장의 약 70%가 산분해간장인 셈입니다. 소비자가 스스로 원해서 산분해간장을 70%나 섭취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안전성 문제도 있습니다. 산분해간장 제조과정에서 탈지대두에 남아있던 지방산이 염산과 반응하면 ‘3-MCPD’라는 화합물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국제적으로 인체발암가능물질로 분류돼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산분해·혼합간장 내 3-MCPD 허용기준을 0.3ppm에서 0.1ppm으로 강화했고, 2022년까지 EU 수준인 0.02ppm으로 규제할 계획이지만 아무리 안전이 보장된다 한들 평생을 먹어야 하는 것이 간장이고 보면, 그 취사선택은 소비자가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핵심은 대다수의 소비자들이 산분해간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식약처가 혼합간장의 산분해간장 비율을 제품 라벨 앞면에 표시하도록 고시 개정을 추진했는데 간장 제조업체들의 반발로 진행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표시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현재로선 라벨 뒷면에 작은 글씨로 된 ‘식품유형’을 확인하는 게 소비자가 간장의 제조방식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만약 한식간장이나 양조간장을 고르려 해도 GMO와 첨가제가 꺼림칙하다면, 국산콩을 사용하는 작은 업체들의 제품을 구매하거나 혹은 직접 장을 담가보는 것도 대안입니다.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짓다의 반찬은 100% 국산콩으로 직접 빚고 장독에서 발효, 숙성시킨 간장으로 조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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